나이트폴(Nightfall) | 마호가니 저 - 여주 다리 그만좀 다쳐라
노을은 승조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어떻게 길을 잃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상무님.”
“왜.”
승조는 시선을 내린 채 그녀의 종아리에 거즈를 대고 테이핑을 했다. 노을은 침대의 끄트머리를 꼭 잡은 뒤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두 눈에 힘을 주었다.
“저 유학 갈게요.”
그 말에 승조가 노을과 눈을 마주했다.
“…연락, 계속해도 돼요?”
잠시 멈칫한 승조는 다시 다른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내가 준 휴대폰으로만 해.”
“…가끔 한국 와서 상무님 만나도 되죠?”
노을은 승조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내가 오라는 날짜에 오면.”
그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네.”
노을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이제 이것으로, 그녀는 괜찮았다. 아무 문제 없었다. 어떻게든 승조를 계속해서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유노을.”
승조의 부름에 노을은 고개를 들었다.
“원하는 거 있으면 지금 다 얘기해.”
남자의 눈엔 애써 서운함을 참는 그녀의 표정이 읽혔다.
“참지 말고.”
지옥의 낭떠러지에 처박혔다 다시 살아난 기분이 이럴까.
승조는 노을이 무슨 개소리를 해도 전부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적당히 풀어주지 않고 너무 몰아붙이니 결국 참지 못하고 나가버린 거다.
“…다요?”
“응.”
…그렇다면.
잠시 머뭇거리던 노을은 승조를 바라보았다. 승조 또한 눈을 들어 노을을 응시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한 가지뿐.
노을은 승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천천히 상체를 기울였다. 새하얀 손가락이 남자의 손등을 감쌌다. 부드러운 숨결이 승조의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
촉, 하고 살이 맞붙는 소리와 함께 말간 얼굴이 조심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얽혀들었다. 노을은 여전히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승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썹이 희미하게 찌푸려졌다. 다시 키스하려는 노을의 뺨을, 승조가 잡았다.
“…안 돼, 넌.”
승조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굳었다.
“왜요.”
노을이 승조의 손을 잡은 채 입술만 움직였다.
너라서.
유노을이라서.
다른 여자들은 상관없지만, 너라서.
“…다시는 좋아한다는 말 하지 않을게요.”
노을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물이 방울져 승조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유학도 가고, 상무님 말도 잘 들을게요.”
“그만.”
승조는 노을의 말을 잘랐다. 남자의 표정이 괴롭다는 듯 일그러졌다. 이제 삼 일 후면 노을과의 생활도 끝이 난다.
“제발…, 저 밀어내지 마세요.”
노을은 그의 손안에 얼굴을 묻고 뺨을 비볐다. 마치 그가 소중한 무언가라도 된다는 듯, 부드러운 입술이 손바닥 안으로 감겨들었다.
“…….”
승조는 그런 노을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노을의 볼을 쓸었다. 따뜻했다. 지금 그녀가 살아 있다는 선명한 감각, 뜨거운 숨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자는 두려웠다. 아까 노을을 영영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의 내부에서 무언가 단단한것이 부서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짙은 상실감이 그를 에워쌌다. 지금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이 얇은 유리판처럼 느껴졌다. 만일 그녀가 없어진다면,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약 노을이 없다면.
그 감정을 깨닫는 순간, 승조는 참을 수 없이 두려워졌다.
“…아마 후회할 거다, 너.”
승조는 노을의 손을 밀어 내렸다.
나이트폴(Nightfall) 2권 (완결) | 마호가니 저
https://ridibooks.com/books/330200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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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가니 님은 남자가 아닐까...남자소설. 스토리 위주고 2권이 되어야 둘의 사랑이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