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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고등학교 | 은태경 저 - 남자여도 상관없어!

럽판타지 2022. 11. 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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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졌다.”

    뭐가 졌단 말인지. 내기는 네가 이긴 걸로 안다만. 아니면 우리가 언제 싸우기라도 했냐. 녀석이 또 큭큭큭 웃는다. 민우가 웃는 통에 내 몸까지 들썩인다. 이놈 상태가 좀…….

    “우선 미안하다. 그날, 변명일 테지만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무슨 사정?”

    “말 못할 사정.”

    “내가 알면 안 되는 거냐.”

    “그래.”

    “왜?”

    녀석이 움찔한다. 도대체 왜? 내기에 이기고 싶어서 죽어라 공부하고 내 입술까지 쓱싹 먹어치운 놈이 그 상황에서 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고 날 내팽개쳐 놓고 간단 말이냐. 도통 이해가 안 된다. 넌 역시 외계인임이 틀림없어. 기본 상식이 안 통하잖아. 세상천지에 너 같은 놈이 어디 있더냐. 속으로 한숨을 몰래 쉬고선 어렵게 질문을 던졌다.

    “난 민우 네가 후회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후회할 거면 내기도 하지 않았겠지.”

    하아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아니.’ 이 간단한 부정의 말에 상처 입었던 마음이 아물어져 간다. 지옥의 아가리까지 내려갔던 심장이 날개를 달고 수직상승하며 솟구친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단다. 자신의 행동도 후회하지 않는단다. 날 혐오하지 않는다는 거다. 코가 시큰해졌다. 안도감에 눈물이 나오려 한다. 참자, 지금 울면 무슨 놀림을 당할지 모른다. 진즉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친구 자리까지 뺏긴 줄 알고 내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아냐?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이 도망가는 바람에 진짜 황당했다. 그런 억울한 경험은 처음이야.”

    말투가 저절로 퉁명스럽게 나왔다. 내 툴툴거림이 웃겼는지 또 큭큭큭이다. 힘을 주며 날 더 끌어당겨 안는 녀석. 이 행동, 진짜 무슨 의미냐. 내가 좋다는 거냐 아니면 다독이는 거냐. 그래도 역시 동성 친구를 이렇게 안고 있는 건 정상은 아니라고 봐야겠지? 설마, 네놈 취한거니?

 

"아마 그 행동은 내 인생 최대의 굴욕 사건이 될 거다."

 

"굴욕 사건이고 간에 그 행동은 정말 너답지 않았어. "

 

"알아."

 

"아는 놈이 그따위 행동이었냐."

 

"그러게."

 

"학교는 왜 빼먹냐, 싸움질은 왜 했으며, 그리고 이 술들은 또 뭐야. 먹고 죽을 일 있어?"

 

"너 잔소리쟁이 마누라 같다."

 

씹. 말문이 막힌다. 너의 촌철살인 한마디는 정말이지 심장에 안 좋다고. 대답하기 곤란하니까 그런 식으로 입막음하는 거지? 영악한 놈 같으니, 그런데 말이야 우리 계속 이렇게 안고 있어야 되나? 친구야, 자세가 상당히 거시기하구나. 나야 좋지만 이런 자세는 좀....이상하지 않겠나.

 

"김수영."

 

"왜 또."

 

"키스, 어땠냐."

 

네 입에 자물쇠를 채워야 할까. 잠시 허튼 생각이 든다. 어떻게 된 것이 하는 말마다 사람을 곤경에 빠지게 하냐. 난 잠깐의 패닉 상태를 뒤로하고, 이 질문을 하는 놈의 의도는 뭘까 하며 나름대로 고민하는 사이, 녀석이 다시 나직이 물어왔다. 

 

"더러웠냐."

 

"......아니."

 

"그러면 됐다."


남자고등학교 1 | 은태경 저

https://ridibooks.com/books/12002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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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맨스 아니고 남장여자 소설. 남자고등학생들의 풋풋함. 그 금단을 잠깐 엿본것 같다. 나름 구성 치밀하고 고구마 없음. 2권까지 후루룩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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