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독(Red dog) | 솔땀 저 - 여주 한정 멍멍이 이반
말을 잠시 멈춘 납치범이 능글맞게 웃었다.
“얼마 받았어?”
중요 증인을 잃어버린 사건은 중대 과실이었다. 게다가 이해할 수 없는 점 또한 발견되었다. 우울증 환자에게 운전을 맡긴 이유라든지, 전직 수영 선수였던 마틸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라든지.
지윤은 마피아의 뒷돈을 받고 증인을 살해한 부패 요원 취급을 당하다 끝내 배지를 반납했다. 2년이나 지났음에도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그때 다른 사내가 납치범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납치범이 짜증스럽다는 듯 서류를 획 넘기더니 이반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더 얘기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네.”
“아, 안 돼! 난 정말 몰라! 정말 모른다고! 차, 차라리 나를 쏴! 제발 나를 죽여!”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나 봐? 나 같으면 얼굴도 가물가물한 꼬마 아이보다는 애인을 더 살리고 싶을 텐데. 정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자, 작별 인사나 해.”
납치범이 이반의 복면을 벗겼다. 눈을 느리게 깜빡거려 초점을 맞추던 이반이 지윤을 쳐다보았다. 흙투성이에 땀으로 범벅된 그녀의 모습이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리다가 돌연 묘하게 웃었다.
“이반?”
이 상황에서 전혀 나올 수 없는 이상한 미소였다. 마치, 피비린내가 날 것만 같은 잔인한 미소. 납치범이 이반의 머리에 총을 가져다 대고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다.
“안 돼!”
탕!
지윤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이 공간을 점령했다. 사방에서 고막을 터트릴 것처럼 총소리가 울려 댔다. 어지러운 발소리와 비명 소리가 섞여 정신없이 터져 나왔다.
지윤은 이반을 향해 달려가다가 뭔가에 부딪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깜깜하다 보니 방향 감각이 사라졌다. 기어서라도 가고 싶은데 이반이 어디에 있었는지 위치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 이반? 이반! 소리를 내! 이반!”
맙소사. 정말 총에 맞은 건 아니겠지. 손이 아마추어처럼 바들바들 떨렸다.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는데 시체로 추정되는 것들이 앞을 막았다. 팔꿈치와 배가 축축하게 젖었다. 물보다 점성이 높은 액체가 만져지고, 이어서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사태를 파악한다. 훈련생 시절, 그렇게 반복해서 받았던 교육이었는데 막상 일이 닥치고 보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이반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부터 벌컥 쏟아졌다.
“이반! 젠장! 이 멍청한 새끼! 무슨 말이라도 좀 하라고! 제발!”
눈먼 짐승처럼 바닥을 이리저리 기어가고 있는데, 다시 불이 켜졌다. 눈이 멀 것만 같은 조명이 아니라 은은한 빛이었다.
어디선가 쏟아져 들어온 낯선 남자들이 납치범들을 제압한 뒤였다. 지윤은 인질먼저 구하라고 소리를 지르려다 멈칫했다. 남자들은 차림새부터 연방 요원이 아니었다. 불길함을 감지한 지윤이 빠르게 이반을 찾았다.
“…이반?”
분명 의자에 묶여 있었던 이반이 자유롭게 일어나 있었다. 손목을 쓰다듬는 모습이 다행히도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완벽하게 표정이 사라진 얼굴이… 그녀가 알던 이반이 아니었다.
그때, 신장이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사내가 이반에게 다가왔다. 그는 어처구니없게도 시그 MPX 기관 단총을 들고 있었다. 이제 막 개발해서 유통도 안 된 총인데.
“다 정리했어. 조금 있으면 요원 애들이 도착할 거야. 그 전에 출발해야 돼.”
“시간은.”
“8분. 이거, 저놈한테서 뺏은 건데 너 줄까?”
사내가 이반에게 리볼버를 넘겨주었다. 이반이 리볼버의 길고 매끈한 총신을 슬쩍 보더니 납치범에게 걸어갔다.
“자, 잠깐! 난 안톤 님께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널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
탕!
레드 독(Red dog) | 솔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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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한정 또라이는 맞고 첩보물 마피아물 해피 엔드. 반전이 있어서 재탕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