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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꽃 | 김살구 저 - 후회남도 여주도 안행복한 결말

럽판타지 2023. 1. 1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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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3.10:33 횡우지해안

여름임에도 햇빛 볼 일이 없어 내도록 창백했던 얼굴에 발그레한 혈색이 감돌고 있었다. 눈매는 부드럽게 휘어진 채였고, 평소보다 붉게 빛나는 입술 역시 예쁜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장난스러운 타박과 함께 옆구리를 쿡 찌르자, 화들짝 놀란 이서는 한 박자 늦은 웃음을 터뜨렸다. 싱그럽고도 찬란한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귀를 울렸다.
지켜보는 사람마저 즐거워지는 광경이었으나, 도리어 강현은 어지러운 충격에 휩싸였다. 행복하게 웃는 이서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아주 오래전 상실했고, 다신 되찾지 못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탓이었다.
강현은 멍하니 이서를 응시하며 자문했다.
…윤이서가 저렇게 웃는 걸 보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이지?
이번에는 남자가 이서를 향해 뭐라 떠들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한껏 휘어진 눈매엔 상대를 향한 부드러운 호의가 담겨 있었고, 살랑살랑 고개를 가로젓는 태도에서는 친밀감이 물씬 풍겼다.
강현도 아는 얼굴이었다. 솔직한 호감을 드러내는 수줍은 미소, 순수한 동경을 담은 시선, 떨리는 손끝에서 풍기는 애정의 풋내.
이서가 첫 순간부터 조건 없이 주고자 했던, 그러나 자신이 아무렇게나 구겨 던져 버린 외발 사랑의 부산물 역시 엇비슷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문득, 언젠가 이서의 손끝에 모두 입 맞춰 주었을 때가 떠올랐다.

“손끝이 빨개.”
“간지러워. 하지 마….”

폭력적인 섹스로 상처받아 운 주제에, 이서는 고작 그 정도 싸구려 친절만으로도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했다. 쑥스럽게 웃는 그녀를 보며, 예쁘긴 하지만 역시 우는 얼굴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황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윤이서는 더는 웃지 않는다.
그저 날 견딜 뿐이다.
한참 늦은 깨달음에 결론이 가닿자 문득, 기괴한 상실감이 치밀었다. 심장에 날카로운 둔통이 일며 일순 시야가 새까맣게 점멸했다. 내내 막연하게 치닫던 불안이 활자로 실체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하.”
이따위 좆같은 기분이라니.
이런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그때, 이서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썰물처럼 쓸려 나갔다. 빈자리에 남은 건 냉담한 거부감뿐이었다. 각인한 알파라기보단 인생을 망친 협잡꾼을 보는 시선에, 강현은 홀린 듯 그녀를 향해 걸었다.
“안녕, 이서야.”
강현이 다가선 순간 즐겁게 오가던 대화가 뚝 끊겼다. 그는 저를 향하는 세 쌍의 시선을 태연하게 맞받아치며 웃었다.
언제 생기가 돌았냐는 양, 늘 보던 창백한 낯빛으로 돌아온 이서의 눈동자 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녀가 느끼는 분노가 손에 잡힐 듯 선연해, 그는 차라리 폭소하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어…. 이서야, 아는 분이셔?”
친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서에게 물었다. 강현이 누군지 모른다기보단,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한 기색이었다. 맞은편의 남자 동기 역시 미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강현과 이서를 번갈아 응시했다.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에 떠밀린 이서가 어느새 파리하게 질린 입술을 열었다.
“그러니까, 우린….”
“이서 남자 친구예요. 말 안 했어?”
“진짜요?”
강현의 폭탄 발언에 두 사람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서는 날카롭게 벼려진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 역시 지지 않고 서늘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굴곡진 입술이 조롱하듯 비스듬하게 휘었다.

뱀 꽃 | 김살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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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나쁜놈이 후회하고나서 결국 둘다 행복해지는데 이건 아님. 남주가 못되게 군것도 자기자신의 마음을 모르거나 여주의 매력을 몰랐거나 에로스의 특징상 과하게 소유하고자 한거라서 보통은 좀 굴리다가 여주가 용서하는데 남주조차 용서받을 마음없고 여주는 용서할마음 더더욱 없으면서 같이 살고있음. 무플보다는 악플이라고 이것도 사랑이냐? 그럼 둘다 마조히스트. 책장은 후루룩 진짜 잘 너어감. 살구님 필력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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