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에 들꽃 따라 범이 온다 1권 | 하루가 저 - 호야에게 왜 그랬어!

잠을 청하던 장호는 미심쩍은 움직임에 눈을 떴다.
물귀신처럼 기어 오는 그림자가 가까워지자 게슴츠레 쳐다보던 눈을 감아 버렸다.
“자?”
‘잔다. 너도 자라.’
대꾸를 않으니 그의 얼굴로 손을 휘휘 저어 댄다.
숨을 고르는 그의 이마로 창의 손이 닿았다.
관자놀이를 지나 뺨으로 다정하게 흐르는 손길이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콧등에 닿았다.
차라리 안 잔다 할 것을! 얼굴을 쓰다듬는 야릇한 손길에 장호는 흙바닥을 움켜쥐었다.
‘뭐지? 움직인 것 같은데?’
어둠 속에서 장호를 살피던 창의 손끝이 턱에 닿는 찰나 그가 번개같이 손목을 낚아챘다.
“무얼 하는 것이냐.”
번뜩이는 눈동자에 창의 입술이 달싹였다.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느냐.”
“그게…….”
숯가루를 문지르고 있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잠이 안 와서.”
“잠이 안 와서?”
맹수 같은 으르렁거림에 창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아니……. 추워서.”
번뜩이던 장호의 시선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마의 입구로 향했다.
슬그머니 발을 빼던 창은 억세게 당기는 손길에 그에게로 고꾸라졌다.
“왜, 왜 이래!”
“춥다 하지 않았느냐.”
단단한 허벅지 사이에 창을 앉힌 장호가 커다란 새의 날개처럼 두 팔로 감쌌다.
“따뜻해졌느냐?”
‘타 죽을 것 같아.’
그의 가슴에 닿은 등을 한껏 움츠린 창은 귓가에 감기는 그윽한 음성에 솜털이 곤두섰다.
“자거라.”
“이제 안 추우니까, 나 저기 가서…….”
꼬물꼬물 뻗은 발을 그의 종아리가 덮어 버렸다.
“가서 조용히 잘게.”
“불편하냐.”
“응.”
“추운 것보다 낫다.”
온몸으로 스며드는 뜨거운 기운에 창은 온 신경이 고슴도치처럼 곤두섰다.
‘옘병하고! 이게 아닌데.’
조금만 들썩여도 그의 열기가 떡처럼 들러붙고, 긴장하여 몸을 떠는 창을 더더욱 꼭 끌어안았다.
“얌전히 있으면 아니 되는 것이냐.”
“웅크리고 자면 내일 허리 아파.”
“이렇게나 꼬물대는데 잠이 오겠느냐.”
“그러니까 저기 가서 잔다니까.”
“불편한가 보구나.”
“너무너무 불편해.”
투덜대는 창을 끌어안은 장호가 옆으로 누워 버렸다. 팔에 얹힌 창의 정수리에 턱을 댔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구나.”
‘망했다!’
졸지에 그의 팔베개를 하고 누운 그녀의 눈에는 새까만 벽이 들어찼다. 자물쇠를 채우듯 굵직한 허벅지가 그녀의 허리께에 걸쳐졌다.
“나는, 내 자리에 가서…….”
“내가 아니라 네가 왔다.”
“…….”
“잠투정이 곱단이보다 더하다.”
한숨짓는 혼잣말에 창이 입술을 깨물었다.
‘옘병! 나 스물넷이거든! 얻다 대고 여섯 살짜리랑.’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삼키느라 쌕쌕거리는 숨결이 더욱 거칠어졌다.
‘내가 내 무덤 팠으니 누굴 탓해……. 짜증 나.’
절벽 위에 들꽃 따라 범이 온다 1권 | 하루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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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 들꽃 따라 범이 온다(외전 포함)
범 사냥을 위해 지리산에 파견된 착호장 장호는그곳에서 창귀와 같은 몰골의 아이를 만난다.사람에 대한 깊은 원망을 품고 범과 살아가는 아이.장호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아이에게 손을 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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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없이 시작해서 3권을 미친듯이 읽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