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에서 여기까지 대충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줄 알고 있었다. 30분 정도면 집에 도착할 텐데 오늘따라 30분이 무슨 30년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내가 조수석에 타겠다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1년 사이 그에 대한 내 감정은 많이 변했다. 더는 동경하는 눈으로 그를 보기 여려워졌다.
그렇다면 혼자 삭일 수밖에 없는 마음에 여지가 주어지면 안 된다. 보답받을 수 없는 감정은 결국 나만 괴롭고 힘들 테니까. 복잡한 마음을 애써 정리하고 있는데 태정주가 먼저 침묵을 깼다.
"조수석은 왜?"
"그냥."
"내가 불편해?"
"....아니, 그게 아니라, 편한데......"
술도 살짝 취해서 안 그래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이런 질문이야말로 제일 불편했다. 어떤 대답을 하는 게 제일 최선일지 내 나름대로 최대한 단어를 고르고 있을 때였다.
내 왼쪽에 앉은 태정주가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왔다.
"난 우리가 불편했으면 좋겠는데."
"....네?"
예상치 못한 말에 놀라는 것도 잠시였다. 그는 내 아랫입술을 엄지로 쓸더니 입술 사이로 손끝을 조금 밀어 넣었다. 마치 내가 그의 엄지를 살짝 깨무는 듯한 모양새였다.
나는 태정주의 돌발적인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하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그의 손을 쳐 내지도 않았다. 내 침묵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가 못 읽어 낼 리 없었다.
태정주는 상체를 내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몸이 울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데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불편하게 만들어 줘?"
주어가 생략된 말이었다. 무엇을 불편하게 만들어 준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내 입술 사이에 손가락을 살짝 밀어 넣은 남자는 위험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남자가 시키는 건 다 하겠다고 맹세했었다.
아니, 불편하게 만든다는 게 뭔지 궁금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가 직접 날 그렇게 만들어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입술을 만지고 손가락을 입에 물리는 거 말고 다른 게 더 있다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겁 없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면 대답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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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순응', '명순응', '푸른 산호초' 등등 저작하신 안단테님 작품이네요. '명순응' 재미있게 읽었는데, 평점 4점은 가볍게 넘기시는 작가님이죠. 이 작품은 1권 읽다가 말았는데, 소재가 일단 특이해서 초반 몰입도가 좋습니다. 배경의 특이성 때문에 후반부 스토리가 궁금하지만, 중반이후 살짝 루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1권까지는 여주 매력을 모르겠어요. 1인칭 작가 시점이라서 들어줘야 하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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