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나중에 가게에서 보자는 둥, 서비스를 잘해 달라는 둥, 낄낄거리며 농담 따먹기를 해도. 주먹을 가볍게 쥐고 허리를 숙이며 눈을 쳐다보지 못해도.
그래도 지원에게는 하등 상관없었으니까.
그녀가 안달복달하는 것은 오로지 지은도뿐.
“아저씨는 어디에 있어요?”
그래서 그들을 대하는 지원의 태도는 이전과 변함없었다.
“…지금 씻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지원은 신이 났다.
오늘은 은도의 귀가가 빨랐기 때문이다.
보통 개처럼 집을 지키던 남자들이 모두 떠나고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들어오곤 했는데.
지원은 오래도록 은도를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비록 매일매일 남자의 침실에 홀딱 벗고 달려들어서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었지만.
지원이 주인도 없는 남자의 방에 당당히 들어가는데도 아무도 가로막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는 익숙한 남자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걸치고 있던 가운 끈을 풀었다. 그것을 허물처럼 벗어놓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아저씨 냄새.”
지은도의 거칠고 뜨거운 냄새가 잔뜩 밴 침대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러길 잠시, 몸을 뒤집어 제 침대에 누운 것처럼 자연스럽게 베개를 베고 욕실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씻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물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그를 기다리던 여자가 졸았다 깼다 반복하고 있을 때쯤, 드디어 소리가 끊겼다.
지원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남자가 커다랗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바로 침실 문이 열렸다.
지원은 그의 이불로 몸을 휘감고 조금 떨었다.
어리고 해로운 것 | 박온새미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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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충격 그리고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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