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픽션

차이역 | 교결 저 - 무섭고 두렵고 불친절한데 끌리는 남자

by 럽판타지 2022. 12. 13.
728x90
728x90
SMALL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인사를 하는 게 마땅했다.
진심이므로 진심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수지가 그랬다. 진심은 털어놓지 않으면 상대는 모르는 법이라고. 그 감정이 흉악무도한 게 아니라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옳은 거라고.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애란도 그 끔찍한 곳에서 꺼내 주고, 이렇게 자신 역시 신세를 졌으니까. 역시 와 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 옳았다.
“그래.”
별다를 거 없는 대답이었지만 그의 답도 진심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눈을 돌리지 않으면 이 남자는 결단코 시선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남자다. 유난히 짙고 깊은 눈동자. 대학 때 잘 마시던 뜨거운 에스프레소 커피 같기도 했다. 냉담한 인상에 반해 진중한 분위기가 덧입혀진 이유는 그 때문일 거라 짐작했다.
가만히 쳐다보는 그의 눈이 고요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다. 석진이 죽어 가던 순간에도 동요 한 번이 없던 눈이었다. 남자를 찾아가 따지고 들었을 때도, 함께 식사 아닌 식사를 할 때도.
늘 거친 파도의 연속인 제게 그런 남자는 신기하기만 했다. 아까 모텔 복도에서 남자를 만났을 때만 해도 그랬다. 웃기게도, 집채만 한 해일이 덮쳐 저 남자를 할퀴어도 끄떡도 하지 않을 거 같은 눈이, 무섭지만 한편으론 든든하기도 했다.
바보 같네, 정말. 차언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보기엔 향기롭지만 마시면 쓰디쓴 커피, 딱 이 남자 같기도 했다.
“뭘 실실 쪼개.”
“안 웃었어요.”
“지랄한다.”
함께 있으면 어느 누가 봐도 안전할 거 같은 견고함. 애란이 느낀 그 감정과 비슷한 형태일
테지.
“저기 뭐야. 정차언.”
“네?”
이름을 가르쳐 준 건 자신인데 그에게서 제 이름이 튀어나온 게 신기했다. 기억은 하고 있었구나. 새삼 별게 다 신기했다. 무가치한 건 기억에서조차 지울 사람 같아서.
“네 가방이나 들고 가.”
“아…….”
조수석에 앉아 있던 시백이 그녀의 가방을 건넸다. 아까 사창가에 버리고 오다시피 내던졌던 거 같은데, 꼬질꼬질해진 가방이 시백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걸 언제……. 더는 묻지 못하고 차언은 시백이 내미는 가방을 받았다.
“제가 그 돈을 써서 죄송해요. 얼마였는진 모르겠지만…….”
막상 갚겠다는 말을 하자니 사실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 그도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 알면 크게 달라져?”
차언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쩜 사람 속을 긁는 걸 저렇게 잘할 수 있지? 하지만 죄인은 할 말이 없었다.
“쓰라고 준 돈인데 뭐가 그렇게 미안할 게 많아, 너는. 안 피곤해?”
“그래도요. 대가 없이 받은 돈은 불편해요.”
어차피 아까 그 남자들에게 갖다 줘 버려 없지만, 그냥 깔아뭉개고 모른 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불편은 한데 갚을 방법은 없고, 미안하다고 말은 해야 죄책감이 덜 거 같고, 내 입에서 괜찮다는 말은 듣고 싶고. 넌 참 편한 대로 살아서 좋겠어?”
“…당장은 방법이 없지만 나중에라도 어떻게…….”
“나중에 뭐. 싸구려...

차이역 | 교결 저

https://ridibooks.com/books/3756000917
-----------
막말 거칠게 없는 언사. 츤대레 라면 거친 조폭일 수록 츤대레가 강하게 두드러진다. 무섭고 두렵고 불친절한데 끌리는 남자. 요런 남주에 빠지면 요런 소설만 읽게 됨.





728x90
728x90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