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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머디 써머 | 몽슈 저 - 개연성 있음 모든 의문이 풀림

by 럽판타지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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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1월 4일 15시 52분 무지개해안 namo namo

문을 꼭 닫고서 남들은 모를 비밀스러운 성행위를 거리낌 없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곱씹자니 속내가 절여지듯이 뭉개져 갔다. 상상하기 싫은데도 머릿속의 사고 회로가 이 더위에 맛이 간 것처럼 제멋대로 작동했다. 그래서 자꾸만, 자꾸만 떠오른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문득 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괜스레 손바닥으로 쓸어 보자마자 기태주가 윗옷 안으로 손을 넣어 피부를 만지던 기억이 선명히 되살아났다. 그때 기태주의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손을 놀린 당사자보다 그 손길 아래에 놓인 은초가 더 세세히 체감한 바였다.

  배꼽 주변으로 둥근 원을 그리며 애를 태우다가 한 번씩 절묘한 타이밍에 피부를 꾸욱 눌렀다가 떼어 내고는 했다. 제멋대로 종횡무진하던 손은 이따금 위로 올라올 조짐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어이 둥그런 밑가슴에 닿기 전에 의지를 잃은 것처럼 열없이 추락하여 다시 배꼽 부근을 문질렀다.

  은초는 그 행위 속에서 양염처럼 일렁이던 뜨뜻무레한 열기를 똑똑히 읽었다.

  기태주는 그때…….

  “……아.”

  목 끝에 걸린 후덥지근한 숨이 무력하게 터져 나갔다.

  대체 언제부터인지, 세단에 기대선 채 옥상을 올려다보는 기태주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언제? 언제 희진 언니 집에서 나온 거지?

  기태주는 의문으로 쩍 얼어붙은 은초를 응시하며 태연히 담배를 피웠다. 이제 막 불을 붙인 건지 입술 끝을 장식하는 하얀 막대기의 길이가 길었다. 기태주가 입술 사이 가지런히 물려 둔 담배를 빼내고는 후우ㅡ 연기를 뱉어 냈다.

  잠시 잠깐 희미해졌다가 다시 윤곽을 드러내는 남자에게 눈길이 고정됐다.

  곧 그는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처럼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왁스를 발라 고정한 듯 깔끔하게 뒤로 넘어갔던 모발의 형태가 저녁 하늘 아래 흐트러졌다. 그는 그 상태로 비스듬히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웠다.

이만 빌라를 떠날까. 희진 언니를 보러 왔다는 본래의 용건은 마쳤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기태주는 예상과 달리 빌라 쪽으로 다가왔다. 또다시 희진 언니에게로 가는 걸까. 당연히 그렇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 심장 안쪽이 둥둥, 작게 울렸다. 그 진폭은 이곳 옥상으로 올라오는 유일한 계단에서 나는 인기척이 선연해질수록 커져 갔다.

  “너 왜 그렇게 쳐다봐.”

  이윽고 기태주는 은초가 있는 옥상에 나타났다.

  덩치가 원체 커서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이며 옥상 문을 통과한 기태주가 저벅저벅 다가오는 동시에 물었다. 다짜고짜 날아든 시비조에 은초는 반사적으로 눈에 힘을 주었다.

  “제가 뭘요?”

  “여기서 뭐 하는데?”

  동문서답처럼 반문에 또 다른 반문이 돌아온다. 은초는 순식간에 제 옆으로 와 선 기태주를 가만 올려다보다가 뒤편을 돌아보았다.

  “이불 빨래했어요.”

  “그러셨어.”

  “…….”

  “너네 집 이불?”

  “그럼 남의 집 이불이겠어요?”

  무슨 당연한 질문을 하고 있어.

  어처구니가 없는 심정에 톡 쏘아붙이자 기태주가 작게 웃었다. 그는 정면을 보고 선 은초와 달리 난간에 등을 기대어 섰다. 애연을 하는 남자의 눈이 조금 전까지 은초가 널기 바쁘던 이불을 훑었다.

  나른하게 깔린 동공 속으로 후더분한 기운이 일렁였다. 은초는 그런 기태주의 눈이 조금 야하다고 생각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배 속 어딘가를 꽉 비틀어 수축시키는 느낌이 들어서, 분위기를 한층 더 낯설게 만드는 것만 같아서 은초는 부러 입을 열었다.

  “그거 맛있어요?”

  화제가 된 건 그의 입에 물린 길쭉한 담배였다.

머디 써머 1권 | 몽슈 저

https://ridibooks.com/books/386300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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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슈님 소설 많은데, 이것으로 포문을 여네요. 2권까지 무난히 읽히고 1권의 의문들도 모두 시원히 해소됩니다. 남주의 모든 행동들이 다 이해가 감. 딱 적당한 분량. 이 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딴 책도 읽게 될거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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