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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XOXO, 미스 미니 | 이분홍 저 -도 넘은 사랑스러움. 풀풀

by 럽판타지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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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14시 51분 감포 바닷가

민희가 앤젤라 부모님의 연락처를 화면에 띄웠다. 태준이 상체를 숙이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는 아름인데?”
“아아, 앤젤라 엄마 말씀이시죠? 배우 나탈리아 시프린 맞아요.”
“배우? 아니, 앤드류 시프린. 마르스 캐피탈의 헤지 펀드 매니저예요. 스팩(SPAC) 상장에 함께 참여한 적 있습니다.”
“아! 아버지 쪽. 잘됐네요.”
“내일 시프린에게 플레이 데이트에 대해 이메일을 보내도록 하죠.”
애스터 스쿨의 학부형 60퍼센트가 월 스트리트 금융권 종사자였으니, 한 다리 건널 필요도 없이 비즈니스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많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다.
다만, 헤지 펀드를 운영하는 두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비즈니스 미팅을 잡듯이 여섯 살 여자아이들의 플레이 데이트 날짜를 잡을 거라 생각하니 삐죽 웃음이 새어 나왔다.
“뭐가 그렇게 재밌습니까?”
태준의 손이 불쑥 튀어나와 민희의 턱을 가볍게 쥐고 자신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부지불식간에 당한 일이라 표정을 숨기지 못했던 민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녀는 둥근 곡선을 그리고 있던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태준의 눈매가 조금 부드럽게 풀어지는가 싶더니 그의 시선이 민희의 입술에 머물렀다. 턱을 쥐고 있던 엄지손가락이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쓸었다.
놀란 입술이 탁 벌어지면서 치아에 눌려 하얗게 바랬던 입술에 순식간에 붉은 핏기가 돌았다. 태준의 목울대가 크게 울렁이더니 깊고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민희를 몰아세웠다.
“그날 밤 키스는―”
‘아니야! 그 얘긴 제발!!’
민희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태준의 말을 끊었다.
“오해 절대, 절대 안 해요! 걱정 마세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성적인 의미 전혀 없이 사고로 입술이 부딪힌 거잖아요. 남녀 사이의 키스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저도 이미 알고 있어요. 어떤 남자가 절 여자로 보겠어요.”
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여는 것을 보고, 기겁한 민희가 숨도 안 쉬고 말을 이었다.
“예전부터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저랑 키스하는 건 여동생이랑 키스하는 거 같다는 말도 들어 봤구요, 나랑 섹스하느니 게이가 되겠다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뭐. 그러더니 진짜로 게이가 되더라구요. 스트레이트였던 남자를 게이로 만드는 마성의 여자라니. 그러니까, 내 말은―”
태준이 또다시 끼어들려는 기미가 보이자, 민희가 팔을 들어 올리며 기지개를 펴는 척했다.
“하아암, 갑자기 피곤하네. 태준 씨도 할 일 많으시죠? 이제 볼일 끝났으니 전 가 볼게요. 그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가려는 민희의 손목을 태준이 잡아챘다.
민희는 패닉에 빠진 얼굴로 태준을 올려다보며 팔을 빼내려 했다. 손목을 놓아준 태준은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가볍게 흔들었다.
“민희, 그만! 지금 대체 무슨 얘길 하는 겁니까. 알아듣게 말해요.”
민희가 태준을 마주 보며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뭘 이해 못 한다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생겨 먹은 바람에 아무도 나랑 섹스는커녕, 키스도 안 하고 싶어 한단 얘길 하는 거잖아요!”
그런 말을 불쑥 토해 놓고,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민희가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도망치려 하는 기색을 알아챈 태준이 그녀의 어깨를 눌러 의자 위에 앉혔다.
팔걸이에 양손을 짚어 그녀를 의자에 가두었다. 그리고 상체를 숙여 가까이 다가가니 민희의 속눈썹이 파닥거리며,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내가 방금 이 남자한테 무슨 말을 지껄인 거지……??’
민희는 코앞에서 그녀를 노려보는 태준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민희, 진정하고 이게 다 무슨 소린지 내가 알아듣게 설명해 봐요. 진짜로 이해 못 하겠으니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내 시시한 콤플렉스 같은 거예요.”
태준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지면서 민희의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해 봐요, 처음부터 천천히. 내가 방금 무슨 버튼을 누른 건지 알아야겠으니까.”
“내일 아침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들어 주는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요.”
입술을 꾹 다문 채 타협은 없다는 듯 자신을 응시하는 태준의 표정을 살피다가, 민희는 포기한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혹시 집에 술 있어요?”


XOXO, 미스 미니 1권 | 이분홍 저

https://ridibooks.com/books/2093076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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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만 글자에 3,500원이면 비싸지도 않고 또한 넘 재미있어서 3권이 길다거나 돈 아깝다거나 하는 생각이 전혀 안듦. 넘나 완벽한 어른 남자와 극단의 끝에 있는 사랑스러운 솜사탕같은 로즈와 민희는 양쪽에서 균형을 적절히 맞추어 안정감을준다. 치유, 성장, 가족, 섹텐까지 다 챙겨가는 욕심많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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