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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몬스터(Monster) | 솔땀 저 - 달달한 괴물

by 럽판타지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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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 26.17:51 노보텔

설아는 태준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어떤 사람이 이 가게를 통째로 사서 손님의 아편 감옥으로 만들 거래요. 그 사람 대체 누구예요? 누구한테 원한을 샀기에 그런 일을 당하세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하셨는데요?
아니다. 손님은 흔한 욕조차 하지 못하는 착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선한 사람이 잘못했다면 뭘 얼마나 했을까. 이 가게를 인수한 그자가 사악한 자일 터였다. 하필이면 돈까지 많은.
할 말은 많았지만, 속에 밀어 두었다. 태준이 말해 준다고 해서 설아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안 그래도 힘든 사람한테 불안감을 심어 주기만 할 뿐이지. 한참 우물거리던 설아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음, 이거 드실래요?”
눈치를 살피던 그녀가 뭔가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딸기 맛 알사탕. 태준이 사탕을 가만히 보고만 있자, 설아가 직접 포장지를 찢어서 촌스러운 빨간색 사탕을 입에 대 주었다.
단 건 질색인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태준은 입을 벌렸다.
달그락.
치아를 스치며 들어간 알맹이에서 싸구려 단맛이 났다. 예상과 한 치도 다름없는 저급한 맛. 심드렁하게 사탕을 굴리는 그에게 설아가 조곤조곤 말했다.
“예전에요. 제가 일을 못해서 주인님한테 많이 혼났었거든요. 호되게 맞은 적도 많았는데 그런 날엔 주인님께서 꼭 이 사탕을 주셨어요. 참 신기하게도 죽을 만치 아프다가도 이걸 입에 넣으면 괜찮은 거예요.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맛있어서 최대한 아껴 먹다가도 마지막엔 참지 못하고 깨물어 버리곤 했어요. 그게 얼마나 아깝고 속상했는지 몰라요.”
죽도록 얻어맞았으면서 고작 사탕 하나가 맛있었다며 설아가 웃었다.
“그런데 아까 장에 나갔다 왔는데 누가 이걸 주지 뭐예요. 보자마자 손님이 생각났어요. 전 이런 거 잘 안 먹어 봐서 괜찮지만, 손님은 아니잖아요. 단 게 얼마나 드시고 싶으시겠어요?”
“…….”
“어떠세요? 입맛에 맞으세요?”
“…달아요.”
“그쵸? 그럴 줄 알았어요.”
이런 걸 보면 태준과 설아는 성격이 극과 극이었다. 태준은 좋아하는 게 생기면 꼭꼭 숨겨 두었다. 누구의 손도 허락하지 않고 혼자만 즐겼다.
세상에 내놓으면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해 주는 물건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남에게 이롭든 말든 그건 태준이 알 바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일수록 눈독 들이는 놈이 생길까 봐 철저히 숨겨 두었다.
그런데 설아는 좋은 게 생기면 남에게 주었다. 아까워하거나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좋았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했다. 그게 그녀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태준은 얼굴 가득 감정을 드러내는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그렇게 맛있었으면 누굴 줄 게 아니라 자기가 먹었어야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숨겨 두고 몰래 먹었어야지. 팔다리는 한 손으로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가느다라면서, 먹을 걸 왜 남을 주는 거지? 참 구질구질한 것도 가지가지였다.
“달랑 하나만 줬어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참 인정머리 없네요.”
“에이, 아니에요. 하나 주신 것도 감사한걸요. 덕분에 손님께 드릴 수 있잖아요.”
“여기는 사탕 같은 것도 안 팔아요?”
“아뇨, 팔긴 파는데 R 구역은 이상하게 이런 게 비싸서요…. 사실은 아까 한 봉지만 살까 했는데, 그냥 참았어요.”
“왜? 너무 너무 너무 맛있었다면서.”
태준이 설아의 말을 억양까지 그대로 따라 하자, 설아가 어깨를 움츠리며 웃었다.
“아파서요.”
“어디가?”
“여기가요.”
그러면서 입을 살짝 벌려 안쪽을 가리켰다. 그녀의 입 안은 꿈에서 본 그대로였다. 하얀 치아와 새빨간 혀, 축축하게 젖은 상태까지.
불시에 공격받은 사람처럼, 태준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혀에 달라붙은 끈적끈적한 단맛이 더 이상 불쾌하지 않았다.
“…왜 아픈데요.”
“어제 주인님께 맞았는데요. 그때 잘못 맞았나 봐요.”
“또?”
“그래도 어제는 세 대밖에 안 때리셨어요.”

몬스터(Monster) | 솔땀 저

https://ridibooks.com/books/26650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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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했고 그 사이 외전도 나와서 읽었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음. 남자도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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