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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픽션

Overconfidence

by 럽판타지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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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믿음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인지적 편안함과 논리적 일관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하기가 편하고 이야기에 일관성이 있다고 해서, 확신하는 믿음이 진짜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우연의 역할을 과소평가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Chapter 3 <<과신>>)

 

주식거래인, 철학자, 통계학자인 나심 탈레브는 심리학자라고도 볼 수 있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서사 오류narrative fallacy'라는 개념을 도입해, 과거를 설명하는 엉성한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 세계관을 형성하고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지 설명했다. 세상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시도하다 보면 어쩔수 없이 서사 오류가 생기는 법이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추상적이기보다 구체적이며, 운보다는 실력이나 어리석음 또는 의도에 더 큰 역할을 부여하는 이야기에 끌리고, 일어나지 않은 무수한 사건보다 일어난 몇 가지 눈에 띄는 사건에 주목한다. 최근에 일어난 두드러진 사건들은 모두 인과관계 사사의 핵심이 될 후보들이다. 탈레브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과거를 설명하는 조잡한 이야기를 꾸며놓고 그것을 진짜라 믿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속인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299쪽)

 

사건 설명의 타당성을 시험하는 방법은 그 사건을 미리 예견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구글의 믿기 힘든 성공 이야기 중에 어느 것도 그 시험을 통과하기 힘들다. 다른 결과를 가져왓을 무수한 사건을 포함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머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설명하는 데 서툴다. 실제로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는 선택이 들어간 때가 많다는 사실은 결과에서 차지하는 실력의 역할을 과장하고 운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우혹을 더욱 부채질한다. 중요한 결정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진 탓에 거의 완벽한 혜안이 발휘돈 것만 같지만, 불운이 끼어들었다면 성공의 여러 단계 중 어느 하나를 망쳤을 수도 있다. 후광 효과를 화룡점정 격으로 성공 신화에 불굴의 기운을 더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01쪽)

 

이런 맥락에서 '안다'는 말을 사용할 때의 고약한 점은 자격도 없는 사람이 선견지명이 있는 척하는 것이 아니다. 그 표현에는 세상을 실제보다 더 인지 가능한 대상으로 본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영원히 치명적인 착각에 빠질 수 있는 발상이다. 이 책각의 핵심은 과거를 이해한다는 믿음인데, 이 믿음에는 미래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과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착각을 양산하는 말은 '안다'말고도 더 있다. 흔히 '직감'과 '예감'이란 말도 과거 생각이 옳다고 판명됐을 때 사용된다...과거 생각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03쪽)

 

 

승률이 같은 두 팀이 맞붙는 미식축구를 본다고 상상해보자. 경기는 한 팀이 완승을 거두면서 끝났다. 이제 세계를 바라보는 모델이 바뀌어, 승리한 팀은 진 팀보다 훨씬 강한 팀으로 인식된다. 이 새로운 인식은 미래뿐 아나리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놓는다. 놀라운 사건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이때 다소 위험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의 정신은 일반적으로 과거의 지식이나 바뀐 신념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불완전하다는 한계가 있다. 일단 세계를 (또는 세계의 일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 전에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하는 능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04쪽)

 

사후 판단 편향(hindersight bias)은 의사 결정자들은 평가할 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관찰자들은 결정의 질을 평가할 때 결정 과정의 타당성은 따지지 않고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따진다. 위험이 낮은 외과 처치를 하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보자. 사건이 일어난 뒤에 배심원들은 그 처치가 사실은 위험성이 높았고, 처치를 지시한 의사는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믿기 쉽다. 이런 결과 편향 탓에 처음에는 타당하다고 믿었던 결정을 사후에 제대로 평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사후 판단은 의사, 재무 설계사, 3루 코치, 최고경영자, 사회복지사, 외교관, 정치인 등 누군가를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사람에게 특히 매정하다. 원래 좋은 결정이엇으나 결과가 나쁘면 우리는 그 결정자를 쉽게 비난하고, 결과가 나온 뒤에야 좋은 결정이었음을 알게 된 경우에는 결정자를 칭찬하는 데 인색하다. '결과 편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05-306쪽)

 

결과가 나쁠수록 사후 판단 편향은 더 커진다. 특히 9.11 같은 대참사가 발생하면 사건을 예상하지 못한 공무원들은 태만하거나 무지했다고 쉽게 단정해 버린다...정해진 절차에 충실한 것을 두고 나중에 왈가왈부하기는 어려우니, 나중에 자신의 결정이 도마에 오를 것 같다 싶으면 관료적 해법대로 위험 부담을 최대한 피하면서 정해진 절차를 고수하기 쉽다...사후 판단 편향과 결과 편향은 일반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게 하지만, 무모한 도박을 벌여 승리한 장군이나 사업가처럼 무책임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게 과분한 포상을 안겨주기도 한다. 운이 좋아 좋은 결과를 낸 지도가가 과도한 위함 부담을 떠안았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일은 절대 없다. 오히려 성공을 예견하는 타고난 재주와 혜안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반면에 그들을 의심한 분별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소심하고 나약한 그저 그런 부류로 취급된다. 몇 번의 성공적인 도박은 무모한 지도자에게 선경지명과 대담함이라는 후광을 씌워줄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06-307쪽)

 

시스템 1이 논리를 짜 맞춰주는 덕에 우리는 세계를 실제보다 더 깔끔하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고, 조리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과거를 이해했다는 차각은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차각을 낳는다. 이런 착각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존재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인지할 때 생기는 불안감을 덜어준다. 우리에게는 행동은 적절한 결과로 이어지고 성공하면 지혜와 용기가 보상받는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많은 경영 서적이 이 욕구를 충족하도록 만들어진다....소비자들은 성공과 실패의 결정적 요인을 명확하게 언급한 글을 읽고 싶어 하고, 착각일지언정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왜냐면 사실도 아니고 현실에서도 이런 일은 없으니까, 복수극이 인기 많은 것처럼. 현실에서는 복수는 거의 못한다. 그냥 밟히고 더 억울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서.)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08-309쪽)

 

현재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어떤 회사의 최공경영자에 대한 평가를 이를 테면 다른 회사 최고경영자 같은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겼다고 상상해보자. 이들은 그 회사가 최근에 실적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잘 알고 있다. 앞서 구글 사례에서 보았듯이, 이런 지식은 후광 효과를 발생시킨다. 실적이 좋은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융통성이 있다. 체계적이다. 결단력 있다는 말을 듣기 쉽다. 그런데 1년이 지나 그 회사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보자. 똑같은 최고경영자가 이제는 갈팡질팡한다. 고지식하다. 권위적이다. 같은 말로 묘사된다. 두 평가 모두 그 순간에는 타당하게 들린다. 성공한 지도자를 고지식하다거나 갈팡질팡한다고 말하거나, 애를 먹고 있는 지도자를 융통성이 있다거나 체계적이라고 말한다면 터무니없지 않은가. 

후광 효과는 위력이 대단해서, 우리가 같은 사람이나 같은 행동을 두고도 상황이 좋을 때를 체계적이라고 보고, 상황이 나쁠 때는 고지식하다고 본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후광 효과 탓에 우리는 인과관계를 거꾸로 해석해, 사실은 회사가 망한 탓에 최고경영자가 고지식하게 보일 때도 최고경영자가 고지식한 탓에 회사가 망했다고 믿기 쉽다. 이해 착각은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10쪽)

 

운이 큰 몫을 하기 때문에 성공을 관찰해서 지도력과 경영의 질을 추론하기는 어렵다. 어떤 최고경영자가 훌륭한 비전과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정확하게 안다 한들 그 회사의 앞으로의 실적을 동전을 던져 판가름할 때보다 더 정확히 예견하기는 여전히 불가능할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에서 나타난, 성공한 기업과 덜 성공한 기업 사이의 기업 수익 및 주식 수익 격차는 대체적으로 그때 이후 거의 다 사라졌다. 유명한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에서 다룬 기업들의 평균 수익도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진다. <포천Fortune>이 실시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Most Admired Companies' 연구에서는 20여 년 동안 순위가 최하위권인 기업들이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은 현실에 안주했고 부진한 기업은 더 열심히 노력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인과관계 설명을 찾아내고픈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원래의 격차에는 운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에 평균 격차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운은 상위 기업의 성공에도, 하위 기업의 부진에도 모두 작용했다. 우리는 이미 삶의 이런 통계적 사실을 마주한 바 있다. 평균 회귀다. 

사업 흥망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해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분명한 원인을 지목하면서 운의 결정적 역할과 회귀의 불가피성은 외면하는 단순한 성패의 메시지가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을 이해했다는 착각을 꾸준히 유도하면서, 일단 빋고 보는 독자들에게 지속적 가치가 거의 없는 교훈을 전달한다.

 

사후 판단과 관련한 마들

"이 실수는 명백해 보이지만, 그 판단은 사후 판단일 뿐이다. 미리 알 수는 없었다."

"그는 지나치게 단순한 이 성공 이야기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배우려 한다. 서사 오류에 빠진 경우다."

"그는 그 회사가 경영이 부실하다고 말하지만 증거는 없다.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주가가 떨어졌다는 사실뿐이다. 사후 판단과 후광효과가 합쳐진 결과 편향이다."

"결과 편향에 빠지지 말자. 이번 결정은 비록 결과는 좋았지만 어리적은 결정이었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11-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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