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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픽션

직관 대 공식

by 럽판타지 202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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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밀Paul Meehl은 낮설고 경이로운 인물로, 20세기의 다재다능한 심리학자로 손꼽힌다...왜 전문가가 알고리즘보다 못할까? 밀이 생각하는 한 가지 이유는 전문가는 머리를 쓰려고 애쓰고, 틀을 벗어나 생각하고, 여러 변수를 복잡하게 조합해 예측을 내놓기 때문이다. 복잡함이 더러는 통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타당성을 떨어뜨린다. 차라리 단순히 특성을 몇 가지 결합하는 편이 나을 때가 많다. 여러 연구에서 인간의 결정은 예측 공식의 결정보다 못하다고 나타났는데, 심지어 그 공식에서 나온 수치를 인간에게 보여줘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관련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어서 공식을 이길 수 잇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가 더 많다. 밀에 따르면, 공식 대신 판단을 이용하는 편이 나은 경우는 거의 없다. 밀은 유명한 사고실험에서 어떤 사람이 오늘 밤 영화를 보러 갈지 예측하는 공식을 설명하면서, 그 사람이 오늘 다리가 부러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면 공식을 무시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부러진 다리 규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이 말의 요점은 다리가 부러지는 경우는 결정적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드물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판단이 공식보다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은 복잡한 정보를 가지고 빠른 판단을 내릴 때 변덕이 심하기 때문이다. 같은 정보를 두 번 평가하게 하면 다른 답을 내놓는 일도 흔하다. 변덕의 정도는 종종 심각한 우려 대상이 되기도 한다.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정상' 또는 '비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경험 많은 방사선 전문의들에게 똑같은 엑스레이 사진을 다른 상황에서 보여주면 20퍼센트는 다른 답을 내놓는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35쪽)

 

신뢰할 수 없는 판단이라면 무엇을 예측하든 타당한 예측이 될 수 없다.

이처럼 들쭉날쭉한 판단이 만연한 이유는 아마도 시스템 1이 전후 맥락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눈에 띄지 않는 자극이 우리 생각과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점화 효과 연구에서 배워 알고 있다. 이런 영향은 매순간 변동이 심하다. 더운 날 시원한 바람이 스칠 때 순간적 기쁨을 느껴, 그 순간만큼은 무엇인든 좀 더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가석방 심사를 할 때 도중에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다 보면 가석방 승인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탓에 주변 여건의 미세한 변화로 우리 판단이나 결정이 달라졋을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는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공식은 이런 문제와 무관하다. 투입된 정보가 같으면 공식은 언제나 똑같은 답을 내놓는다. 예측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밀과 동료들이 검토한 대부분의 연구가 그랬다) 예측이 들쭉날쭉하다면 예측 타당성에 심각한 타격이 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236쪽)

 

면접 교수는 자신의 직관을 과신해 개인적 느낌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다른 정보는 너무 가볍게 여겨, 판단의 타당성이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숙성이 덜 된 와인의 질을 평가해 미리 가격을 예측하는 전문가가 의지하는 정보원은 다름 아닌 와인 시음인데, 이 정보는 예측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덜어뜨릴 게 거의 확실하다. 날씨가 와인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전무가들도 잘 안다 한들, 공식처럼 판단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37쪽)

 

도스가 제시한 인상적인 사례 하나는 아래 공식으로 결혼 생활의 안정성을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관계 횟수 - 부부 싸움 횟수

여기서 마이너스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연구의 중요한 결론은 급하게 대충 만든 알고리즘이라도 최적의 가중치를 부여한 공식과 경주어 손색이 없을 때가 종종 잇으며, 전문가의 판단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38쪽)

 

망치를 든 존 헨리John Henry(터널 공사에 기계가 도입되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며 기계와 터널 뚫기 대결을 벌여 즈일를 거둔뒤 숨졌다고 알려진 인물-옮긴이)든, 딥블루 컴퓨터와 대결하던 체스 천재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든, 인간이 기계와 경쟁할 때면 우리는 같은 인간에게 마음이 끌리게 마련이다. 알고리즘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에 반감을 느끼는 현상은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을 선호하는 단수의 성향에 뿌리내리고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41쪽)

 

천만다행으로 나는 이 일을 맡기 약1년 전에 폴 밀의 "작은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단순한 통계 규칙이 '임상적' 직관보다 낫다는 그의 주장을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당신 면접이 실패한 이유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면접관이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것, 그러니까 신병의 장신적 삶의 역동성을 알아내려 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실 그보다는 제한된 면접 시간을 한껏 활용해, 평범한 환경에서 신병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가급적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 밀에게서 배운 또 하나는 면접관이 신병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밀의 책에 따르면, 그런 평가는 신뢰할 수 없으며, 그보다는 개별적으로 평가한 여러 특성을 모아 통계를 내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44쪽)

 

직관적 파단은 내 판단이든 남의 판단이든 무작정 신뢰하지 않되 무시하지도 말아야 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46쪽)

 

인간의 판단 대 관식과 관련한 말들

"인간의 판단 대신 공식을 쓸 수 있다면, 그 방법을 고민이라도 해봐야 한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 복잡하고 섬세하다고 생각하지만 몇 가지 점수를 더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지원자의 과거 성과를 보여주는 자료에 우리가 얼마나 비중을 둘지 미리 정하자.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에 지나치게 무게를 둘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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