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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해 | 씨씨 저 - 까마귀에 죽고 못사는 빤짝이

by 럽판타지 202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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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는 입술이 오물거렸다. 언제나 무덤덤하기만 한 그녀의 뺨에 사랑스러움이 머물러 있었다.
음음음―.
속삭이듯 읊조린 소리를 듣는 이는 없었다. 도시 사람들은 모두 이런 축복받은 밤이 익숙한 듯 잠들어 있었다.
스스로에게 자장가라도 불러준 양, 사하라도 등을 기대고 깜빡 잠들려던 찰나였다.
“―?”
그녀는 문득 눈을 굴려 시계탑 아래 어두운 도시를 바라봤다. 가만히, 별빛조차 없는 어둠에 눈이 익을 만큼 충분히 바라봤다.
애석하게도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작은 한숨을 뱉은 그녀가 몸을 숙여 단숨에 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툭, 툭, 툭! 휙! 탑의 벽돌들을 발판 삼아 주르륵, 순식간에 바닥에 발을 디딘 그녀가 어둠 속으로 내달렸다.
골목골목을 돌아 오른쪽으로 조금 더 꺾어서 120미터쯤 달리니.
“야, 잘 좀 잡아보라고. 그렇게 붙잡아서 옷이나 벗기겠냐?”
“흑, 저리 가, 살려, 살려줘요! 난, 꺅!”
모퉁이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사하라는 허리 뒤춤에 꽂아둔 짧은 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왜 이런 놈들은 사라지질 않는 걸까?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밤에도 말이다. 무슨 상황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쓰레기 같은 놈들이 여자를 겁탈하려 하는 것이다.
잠깐 숨을 고른 사하라가 조용히 모퉁이 밖 상황을 살폈다.
사내가 넷이었고 한 여자가 그들에게 억눌려 있었다. 네 명의 사내놈들은 전부 여자를 위협하기 위한 가벼운 무장만 했을 뿐, 시시껄렁한 건달이었다.
“입 좀 잘 막으라니까? 몇 대 때리면 되잖아? 뺨을 쳐버리라니까.”
“기껏 예쁜데 아깝잖아. 배를 쳐.”
사하라는 먼저, 멀찍이 서서 떠들어대는 놈의 목을 뒤에서 감싸며 검날로 그었다. 촤악, 길게 피가 튀었다.
“……!!”
그녀는 놈이 비명을 지르거나 신음을 흘리기도 전에 훌쩍 뛰어 피를 피하고 달려가 여자를 정면으로 붙잡고 있던 놈의 머리를 검으로 찍어 내렸다.
깍. 수박이 쪼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피가 팍 튀었다.
“으―아악―!”
“너 뭐야?! 억!”
놈들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기 전, 사하라가 검을 뽑아 다음 사람을 베었다. 컥, 컥, 남자가 흘러나오는 내장을 붙잡으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순식간에 세 사람을 도륙한 사하라는 뺨에 튄 피를 닦으며 남아 있는 한 남자를 바라봤다. 놈은 내렸던 바지를 끌어올리지도 못하고 골목 밖으로 줄달음질치고 있었다.
“겁탈 같은 짓을 저지를 땐, 죽을 각오라도 해야지.”
금수가 되는 일이니 얼마든지 사람 손에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했다. 손에 쥔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낸 그녀는 빠르게 뛰어가 단칼에 남자의 허옇게 드러난 등허리를 길게 베었다.
“아악! 아아악!!”
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소란스럽게 울부짖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상처 아래 하반신은 움직일 수 없을 터였다. 흙바닥에 문질러져 눈물과 고통으로 얼룩진 사내의 얼굴을 내려다본 사하라는 검을 높이 들었다.
“살려줘, 살려주세요! 아악…… 난 저 새끼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그거…… 대단히 순종적인 편인가 보군.”
사하라의 평가에 사내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여자를 강간하려 하다니,
무슨 사연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제 차례도 되지 않았는데 신이 나 허연 엉덩이를 까고 있던 놈이었다. 그녀는 발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밟으며 말했다.
“죽는 것도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
그녀의 발이 남자의 얼굴과 목을 짓눌렀다.
“히익! 힉―! 살려.”
살려달라는 말이 다 이어지지 않았다. 뚜둑, 뚝. 섬뜩한 소리가 골목을 울렸고, 사하라는 발아래 남자의 눈알이 휘릭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눈을 깜빡인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분명 네 명인 줄 알았는데.”
작게 중얼거린 그녀가 골목 끝으로 쥐고 있던 검을 던졌다. 탕! 검이 어둠 끝에 서 있는 남자의 뺨을 스치고 벽에 박혔다.
한 명이 더 있었다.
사하라는 상대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달려가, 왼쪽 허벅지에 찬 단검을 뽑아 목을 겨눴다.
“저놈들과 한패인가?”
사하라는 남자의 목덜미에 칼을 댄 채로 바짝 다가가 고개를 들었다. 키가 훤칠하게 큰 남자가 그제야 자신의 목에 닿은 검을 의식한 듯 천천히 사하라를 바라봤다.
“저놈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놀란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겁을 먹은 것 같지는 않았다.
“내 일행은 거기, 뒤에 있는 아가씨인 것 같군.”
“…….”
여자와 일행이라고? 사하라는 남자를 한 번, 그리고 기절해 있는 여자를 한 번, 그리고 다시 코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
희한하게 생긴 자였다. 어둑한 골목에 있는데도 머리카락이며 눈동자며 쉼 없이 반짝거렸다. 이렇게 생긴 자는 처음이었다. 콧대며 눈매며 얼굴과 목덜미, 머리카락까지도 신기한 곡선을 띠고 있었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해 1권 | 씨씨 저

https://ridibooks.com/books/35920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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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에 대한 충성만 아는 넘나 강한 여주와 오만한 바람둥이 남주 굴리기. 경쟁력있는 남조. 짜임새있는 스토리와 수위높음. 갓작이다. 체이샤와 사하라가 만나는 강열한 첫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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