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넌픽션

전문가의 직관 : 언제 신뢰해야 할까?

by 럽판타지 2023. 1. 24.
728x90
728x90
SMALL

나는 의견 차이를 다룰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가 '적대적 협력'에 몇 번 참여한적이 있다. 의견이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의 차이점을 주제로 공동 논문을 쓰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작업이다. 그러다 긴장이 고조되면 중재인이 연구를 조율한다...7,8년 넘게 우리는 많은 토론을 벌이고,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더러는 폭발 직전까지 가고, 논문 초안을 수업이 작성하고, 서로 친구가 되었으며, 드디어 연구 과정을 암시하는 제목으로 공동 논문을 발표했다. <직관적 전문성의 조건 : 이견을 내지 못한 연구Conditions for Intuitive Expertise: A Failure to Disagree>.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 이견을 가진 주제는 없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서로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48~350쪽)

 

재인으로서의 직관

클라인은 이 설명을 정리해 결정 이론을 만들어 '재인 기반 결정RPD: recognition-primed dicision'모델이라 불렀다('재인再認'은 어떤 대상을 과거에 보았거나 접촉했던 경험을 기억해내는 인지 행위를 이른다-옮긴이). 소방관뿐 아니라 체스 같은 다른 영역의 전문가에게도 해당하는 모델이다. 이 과정에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모두 개입한다. 첫 단계에서는 연상기억이 저절로 작동해 임시 계획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시스템 1의 작동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그 계획이 효과가 잇을지 의식적으로 점검한다. 시스템 2가 작동한 결과다. 유형을 기억해내는 방식의 직관적 결정은 허버트 사이먼이 예전에 제시했던 생각을 발전시킨 것이다. 허버트 사이먼은 아마도 결정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에겍 영웅이자 이 분야 창시자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유일한 학자일 것이다. .."상황에 신호가 숨어 있다. 전문가는 이 신호를 이용해 기억에 저장된 정보에 접근하고, 그 정보에서 답을 얻는다. 직관은 재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강력한 발언은 일상적인 기억에서 경험하는 마법 같은 직관의 위력을 깍아내린다. 우리는 불타는 집에서 붕괴 직전에 탈출한 소방관의 아야기에 감탄한다. 소방관은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도 모른 채" 그 위험을 직감으로 알아채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역시 방에 들어올 때 본 사람이 친구 피터라는 사실을 어떻게 그 자리에서 알아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사이먼의 말에 담긴 교훈은,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를 아는 놀라운 현상은 직관에만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라 우리 사고 자체가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52-353쪽)

 

능력 습득하기

지나고 나서 생각할 때 그 불쾌감이 이전의 안 좋은 경험에서 나왓다면, 우리는 그 불쾌함을 직관이라 부를 것이다. 이런 식의 감정 학습은 파블로프의 유명한 조건반사 실험에서 나타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파블로프 실험에서 개는 종소리를 먹이가 나오는 신호로 인식하는 법을 배운다. 파블로프의 개가 배운 것은 학습된 희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학습된 두려움은 이보다 훨씬 쉽게 획득된다...전투 경험이 없는 젊은 소대장이라도 부대를 이끌고 비좁은 협곡을 지날 때면 긴장이 고조된다. 그런 직역은 매복하기 좋은 장소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반복도 별로 필요치 않은 학습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54쪽)

 

높은 수준의 체스 학습은 읽기 학습에 비유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개별 철자를 인식하고 그것을 모아 음절과 단어를 만들려고 애쓰지만, 성인이 되어 능숙하게 글을 읽을 때면 전체 단락을 인식한다. 읽기 전문가 쯤 되면 새로운 유형에서 낮익은 요소를 모으는 능력을 습득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어를 빠르게 '인식'하고 정확하게 발음도 한다. 이를 체스에 대입하면, 말의 움직임에서 반복되는 유형이 철자가 되고, 체스 배치는 긴 단어나 문장이 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55쪽)

 

능력이 발휘되는 환경

나는 사람들이 어떤 믿음을 확신하는 근원을 추적하다가 인지적 편안함과 논리적 일관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찾아냈다. 우리는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가 반박의 여지도 없고 대립되는 다른 이야기도 떠오르지 않은 채 술술 풀릴 때 확신을 갖느다. 그러나 생각하기가 편하고 이야기에 일관성이 있다고 해서, 확신하는 믿음이 진짜라는 보장은 없다. 연상 체계는 의심을 억누르고, 현재의 주도적인 이야기와 잘 맞는 생각과 정보를 떠올린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머릿속은 모르는 사실을 무시함으로써 너무나 쉽게 큰 확신을 갖는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근거 없는 직관을 확신하는 현상은 그리 놀랍지 않다. 클라인과 나는 마침내 중요한 원칙에 동의했다. 사람들이 자기 직관을 확신한다고 해서 그 직관이 타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내 판단을 이 정도는 믿어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일지라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

  • 주변 환경이 대단히 규칙적이어서 예측이 가능할 때
  • 오랜 연습으로 그 규칙성을 익힐 수 있을 때

이 두 조건이 충족되면, 직관도 능력이 될 수 있다. 체스는 주변 환경이 규칙적인 극단적 사례이지만, 브리지 게임과 포커 역시 때로는 능력이 필요한 막강한 통계적 규칙성이 있다. 의사, 간호사, 운동선수, 소방관이 마주하는 상황도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질서정연하다. 케리 클라인의 설명처럼, 직관이 정확하다면 타당성이 대단히 높은 신호 덕분이다. 전문가의 시스템 2가 그 신호에 이름을 붙이지 못했더라도 시스템 1은 그 신호의 사용법을 터득했다. 반면에 주식을 선별하는 사람이나 정치학자처럼 장기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은 타당성이 제로인 환경에서 활동한다. 이들의 실패는 예측하려는 사긴이 기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57-358쪽)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예측이 부정확하다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의 직관이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좋게 말해 자기기만이다. 타당한 신호가 없는데 직감이 '명중'했다면 운이 좋았거나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이 결론이 믿기지 않는다면 직관은 마술이라는 믿음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명심하라. 일정한 규칙성이 없는 환경에서 직관은 신뢰할 수 없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59쪽)

 

피드백과 실행

주변 환경에 있는 규칙성 중에도 발견하고 적용하기가 좀 더 쉬운 게 있다. 운전할 때 브레이크를 다루는 나만의 방식을 어떻게 개발했는지 생각해보라. 커브 도는 능력을 완변하게 익히는 과정에서 언제 엑셀이 작동하도록 놔둬야 하는지, 브레이크를 언제 얼마나 세게 밟아야 하는지 차츰 익혀갔다...이 기술을 습득하는 조건은 이상적이다. 커브를 돌 때마다 즉각적이고 분명한 피드백을 받기 때문이다...전문가가 직관적 전문성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기본적으로 충분한 실행 기회뿐 아니라 피드백의 질과 속도에도 달렸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59-360쪽)

 

전문의 중에도 마취 전문의는 마취 효과를 금방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경우에 속한다. 반면에 방사선 전문의는 자기가 내린 진단의 정확도와 자기가 발견하지 못한 병리 현상에 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한다. 따라서 유용한 직관력을 발전시키기에는 마취 전문의가 더 유리하다. 만약 마취 전문의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하면, 수술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위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주관적 확신의 경우처럼 여기서도 전문가는 자기 전문성의 한계를 모를 수 있다. 경험 많은 심리치료사는 환가자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직감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안다. 그러면서 환자가 다음 해에 얼마나 좋아질지 예상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싶어하지만, 이 역시 옳지 안핟. 단기 예측과 장기 예측은 다른 문제이며, 치료사는 단기 예측을 배울 기회는 많지만 장기 예측을 배우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금융 전문가는 금융 거래의 많은 측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주식을 선별하는 능력은 없다. 중동 지역 전문가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미래를 알 수는 없다. 임상심리학자, 주식을 선별하는 사람, 학자는 자신의 일부 업무에서는 직관력을 발휘하지만, 어떤 상황 또는 어떤 업무에서 직관에 배신을 당할지는 알 수 없다. 전문가의 과도한 확신은 이처럼 전문 능력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데서 나오기도 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61쪽)

 

타당성 평가

규칙성이 떨어지거나 타당성이 닞은 환경에서는 판단 어림짐작이 개입한다. 시스템 1은 일관성을 억지로 만들면서까지 어려운 문제를 쉬운 문제로 바꿔 빠르게 대답하는 능력이 있다. 시스템 1은 엉뚱한 질문에 빠르게 대답하고, 그 답은 스스템 2츼 느슨하고 관대한 검토를 거뜬히 통과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회사의 상업적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하고, 또 실제로 회사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그 평가는 현재 경영진의 능력과 활력에서 받은 인상에 지배된다. 바꿔치기는 저절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시스템 2)이 인정하고 사용하는 판단의 출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에 오로지 한 가지 판단만 떠오른다면, 그 판단이 전문가로서의 확신을 가지고 내린 타당한 판단인지 주관적으로 판별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주관적 학신이 정확도를 판단하는 좋은 지표가 아닌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엉터리 질문에 대답할 때도 확신은 넘칠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63쪽)

 

전문가의 직관과 관련한 말들

"그는 이일에 어느 정도나 전문성이 있는가? 실행 경험은 얼마나 되는가?"

"그는 정말로 기저율과 반대되는 직관을 정당화할 정도로 신규 업체가 처한 상황에 규칙성이 있다고 믿는가?"

"그는 자기 결정을 확신하지만, 주관적 확신은 판단의 정확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 힘들다. "

"그는 정말로 배울 기회가 있었는가? 자신의 판단에 대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명확하게 피드백을 받았는가?"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저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364쪽)

728x90
728x90
LIST

'넌픽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본주의의 동력 - 낙관주의, 실패 사전 점검  (0) 2023.01.24
외부 관점 : 참고 부류 확인!!  (0) 2023.01.24
직관 대 공식  (0) 2023.01.23
타당성 착각  (0) 2023.01.23
Overconfidence  (0) 2023.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