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갔어. 와도 돼.]
고작 일곱 글자. 그것을 보내고 난 뒤 잠시 답장을 기다렸다. 분명 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는 되어 있는데. 아무런 말이 없었다.
“뭐지…….”
메시지 본 거 맞느냐고 전화를 해 볼 수도 없고. 인상을 찌푸린 채 한참이나 화면을 보고 있던 희연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곤 집안일을 마저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대체 어디서 뭘 하나. 학원에서 사귄 친구와 커피라도 마시면 꼭 전화해서 보고하던 남자였는데.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들어오지 않은 건 처음이라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희연은 남친 갔다는 문자를 보냈다는 것도 잊은 채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음이 몇 번 가다가 전화가 뚝 끊겼다.
“어?”
전화를 끊어? 인상을 팍 찌푸린 그녀가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번엔 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더니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
“강이규. 어디야.”
-…….
“뭐해. 너 술 마셨어?”
-나, 집에 가도 돼?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
예상과 다른 반응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던 희연은 뒤늦게 보냈던 메시지를 기억해 냈다. 그것에 대해 설명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차라리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편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 어디서 뭐하고 있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삑삑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규가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천천히 집안에 들어왔다. 그는 바로 들어오지 않고 현관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을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어디 있었어?”
“복도에.”
“복도에서 뭐했는데.”
“…….”
“우선 들어와.”
“그 남자는? 언제 나갔어?”
이규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희연은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어떤 남자야? 부자야? 고등학교도 졸업했어? 너 사랑한대?”
“이규야.”
“어떤 새낀데. 말해 봐.”
“그거 그냥 챌린지였어.”
“씨발 챌린지가 뭔데.”
“그러니까…….”
챌린지가 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희연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무서운 얼굴로 묵묵히 서 있던 이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 새끼가 더 좋은, 그러니까 나보다 훨씬 나은 남자면.”
거기까지 말한 남자가 입술을 꽉 깨물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히 분노로 엉망이 된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그 새끼 만나. 씨발 나 같은 새끼보다 나은 남자면, 윽.”
더듬더듬 말하던 이규가 닭똥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더니 참지 못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희연은 서럽게 우는 남자에게 다가가 등을 끌어안아 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뺨을 비볐다.
“챌린지였다니까. 그러니까 챌린지라는 게 뭐냐면…….”
너무 서럽게 우는 바람에 약간 당황한 희연이 약간 횡설수설하며 챌린지에 대해 설명해 줬다. 한참이나 그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규가 화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그냥 장난이다 이거야?”
“……그, 그런 셈이지.”
양심이 콕콕 찔렸다. 이렇게 대성통곡할 줄 알았으면 하지 말걸 그랬나. 그가 벌게진 눈가를 주먹으로 벅벅 문지르더니 떨리는 숨을 토해 냈다.
“복도에 서서 별 생각 다 했어.”
“팰 생각은 아니었지?”
일부러 가볍게 물었지만, 진지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죽을 만큼 패 줄까 생각했는데. 네가, 좋아……. 흐윽.”
좋아하는. 그 말을 못해서 다시 한 번 눈물을 벅벅 문질러 닦은 남자가 겨우 뒷말을 이었다.
“좋아하는 남자면, 모, 못 때릴 거 같았어. 그래서…….”
“자꾸 문지르지 마.”
희연은 아직도 눈물이 퐁퐁 솟아오르는 이규의 눈가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너무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울어서인지. 온몸이 뜨거웠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안 나와서, 씨발. 씨발!”
죽으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외전 2) | 님도르신 저
https://ridibooks.com/books/1824008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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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것이 뭘까를 생각하게 한다. 약혼자 정우가 말하는사랑과 이규가 말하는 사랑은 다르다. 남주가 욕을 안하니 이상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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