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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키치 웨딩 | 사하 저- 또라이 쀼의 세계

by 럽판타지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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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고 생각하자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들었다. 가로등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이름부터 불렀다.
“래화야.”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그게 귀여워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오늘 라면 먹을래?”
몸을 뒤로 젖히니, 등에 닿은 가로등에서 서늘한 기운이 전해졌다. 방금까지 뜻 모를 감정으로 들끓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상대에게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끓여 줄게. 너보단 못 끓이겠지만. 아, 올해 라면 먹는 날은 이미 끝나서 안 되려나.”
일 년에 라면 먹는 횟수도 정해 두는 내 예쁜 또라이.
권이태는 이래화를 생각하며 긴 숨을 내뱉었다. 자꾸만 실실 웃음이 나왔다. 누가 보면 저 새끼 미친놈인가 싶을 정도로 계속 히죽거렸다.
“그러면 뭐 먹지이…….”
말꼬리를 길게 늘이다가 멈칫했다. 근처에서 살랑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기자가 접근하는 건가 싶었는데, 이상하게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감은 눈을 떴다. 권이태는 제 앞에 선 사람을 확인하곤 저도 모르게 눈매를 잔뜩 휘며 웃었다. 입술 사이로 웃음기 섞인 말이 흘러나갔다.
“뭐야.”
이래화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권이태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이래화는 왼손을 쭉 펼쳤다. 네 번째 손가락에 얌전하게 끼운 결혼반지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빛났다.
“네가 낀 반지도 내 것처럼 위치 추적된다면서.”
“맞아.”
“그거 보고 찾아왔어.”
이래화를 따라 똑같이 왼손을 내밀어 보이자, 그녀가 눈매를 살풋 찌푸렸다. 그러더니 붙잡고 일어나라는 듯 손을 더욱 활짝 펼치는 시늉을 했다.
저에 비하면 조막만 한 손을 보고 있노라니 또다시 웃음이 나왔다. 커다랗게 소리 내어 웃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고, 제 앞의 손을 단단히 잡아당겼다.
균형을 잃은 이래화가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기울어지는 몸을 그대로 받아 품에 안았다. 조그만 온기를 가득 끌어안는 순간,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키득거리며 흰 목덜미에 얼굴을 문질렀다. 간지러운지 어깨를 잔뜩 움츠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부비적거렸다.
조금 꼼지락대던 이래화는 이내 얌전히 안겨 주었다. 덕분에 실컷 냄새를 맡고 부빌 수 있었다.
작은 몸에 제 커다란 덩치를 억지로 우겨 넣어 가며 끌어안고 있는데, 이래화가 핸드백에서 선글라스와 모자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리고 신중한 얼굴로 선글라스를 끼우고, 모자도 머리에 푹 씌워 줬다.
“자기야, 밤에 선글라스를 누가 써…….”
“연예인이랑 우리 같은 사람들. 너 이제 유명인이라서 이런 거 해야 해.”
따박따박 돌아오는 대답에 비실비실 웃으니, 이래화는 저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며 중얼거렸다.
“왜 그랬어.”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니 확실히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아 불편했다. 손가락으로 이래화가 걸친 선글라스의 다리를 걸어서 잡아당겼다.
얼굴의 반절을 덮는 선글라스를 벗겨 내자, 드러난 갈색 눈동자는 옅게 흔들리고 있었다. 여리지만 뚜렷한 눈을 들여다보며 살짝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이래화는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손을 밀어내며 속삭였다.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권이태.”

키치 웨딩 2권 | 사하 저

https://ridibooks.com/books/48690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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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의 세계. 소설이라기 보다는 만화같은. 남주의 현실성 없는 스팩이 3권 결재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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